이차전지 재활용,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차전지(2차전지)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흐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이차전지 재활용 산업이다. 배터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유금속이 들어간 핵심 자원이다. 제대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면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자원 자립에도 큰 도움이 된다.

1. 국내 이차전지 재활용 산업의 실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차전지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재활용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 중심의 폐배터리 회수 체계가 시작되고는 있으나, 중소업체의 참여는 제한적이고, 공공 수거 체계도 미비하다.

게다가 폐배터리는 환경부 소관의 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산업자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행정적 틀은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유통 구조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 재활용 산업이 안고 있는 주요 문제점

• 수거체계 부재
  전기차 배터리는 대형이어서 수거·보관·운송에 많은 비용이 든다. 아직 전국 단위의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 중국 자본의 싹쓸이 경쟁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생산된 폐배터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일도 빈번하다.
• 기술력의 양극화
  일부 대기업은 고도화된 리사이클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 여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기술 격차와 산업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법·제도의 불일치
  폐배터리는 ‘폐기물’로 분류돼 여러 규제를 받지만, 동시에 ‘미래 자원’으로도 간주된다. 법적 지위가 모호해 정책 방향이 분산되고 있다.

3. 이에 대한 대책은?

• 국가 차원의 폐배터리 수거 플랫폼 구축
  지자체·공공기관 중심의 회수 거점 설치와 물류망 확보가 시급하다.
• 재활용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및 기술 투자 확대
  중소기업이 기술을 확보하고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는 법적 정비
  ‘폐배터리=자원’이라는 인식을 반영해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 수출 통제 및 유통 추적 시스템 도입
  전략자원 유출을 막기 위한 폐배터리 이동 관리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이차전지 재활용은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자원 안보를 지키는 핵심 열쇠다. 지금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미래에는 자원도 기술도 남지 않을 수 있다.